성지순례, 불교 4대성지
불교에서 성지순례라는 개념은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Mahāparinibbāṇa Sutta)에서 시작되었다. 아난다(Ānanda, 阿難陀)는 붓다가 가시고 나면 신심을 다진 이들이 더 이상 붓다를 친견하지 못할 것을 슬퍼했다. 이에 대해 붓다는 아난다에게 신심이 있는 사람이 방문해서 절박감을 일으켜야 할 곳으로 붓다가 태어난 곳(룸비니, Lumbini), 붓다가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곳(보드가야, Bodh Gaya), 붓다가 최상의 깨달음을 처음 설한 곳(사르나트, Sarnath), 그리고 붓다가 반열반에 든 곳(쿠시나가르, Kushinagar), 이렇게 네 곳을 언급하셨다.
붓다가 주로 활동한 갠지스강 유역과 4대성지
이 순례를 언급하며 붓다가 표현한 말은 탑묘순례(cetiyacārikā)였다. Cetiya란 신심이 있는 사람이 방문하여 예를 올릴 수 있도록 설치된 기념물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상좌부(Theravada) 전통에서도 cetiya는 붓다가 설한 진리를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기념물을 가리키지만, 구체적으로는 붓다의 진신사리를 담은 사리함을 뜻했다. 팔리어(Pali)에서는 처음에는 영묘(靈廟)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점차 일반적인 탑을 가리키는 말로 스투파(stupa)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팔리어에서 cārikā는 여정(旅程) 또는 방랑(放浪)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cetiyacārikā란 붓다의 생애에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곳에 탑을 세우고 후대에 신심이 있는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사건의 의의를 되새긴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의의를 되새기는 뜻은 붓다의 표현으로 말하면 절박감을 일으키기 위한 것일 터이다.
영어로는 흔히 urgency로 번역되는 절박감은 무엇일까? 많은 순례객들이 실제 성지순례지 방문을 통해 특별하게 고양된 영적 에너지를 느낀다. 불교신자가 아닌 경우에도 특별한 느낌을 받는 것에는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나의 성지순례는 고양된 영적 경험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역사적 인간 고타마 붓다의 고고학적 흔적을 따라가는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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